[기타] [동화발레] Sleeping Beauty-1다음카페 '달안개의 속삼임' http://cafe.daum.net/moonmist 카링님이 보내주신 자료입니다.
------------------------------------------------------------------------------------ 북유럽의 한 평화로운 나라에 경사가 났습니다. 플로레스탄 왕에게 대를 이을 아기가 태어난 것입니다. 새벽의 빛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공주님이라, 이름을 오로라라고 지었습니다. 눈은 영롱한 햇살을 잔뜩 마신 바다를 머금은 듯, 풍부하고 다양하게 반짝였습니다. 그리고 볕에 금방이라도 녹아 버릴 듯 보드랍고 연한 금발의 끄트머리는 적당히 보기 좋게 구불거리며 말려 있었습니다. 오로라는 지금껏 후계자가 없어서 고민하던 왕가 내외와 모든 백성들에게 희망을 나누어 주는 한 줄기 빛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온 나라는 축제 분위기였고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왕은 예부 대신 칸타르뷔트를 불러 지시했습니다. 이 나라의 귀족과 공작과 기사, 그리고 모든 부인들과 요정들을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고 초청하라고 말입니다. 찬란한 빛의 금박을 박고 고상하고 기품있는 그림이 새겨진 훌륭한 초대장이 여기저기 보내지고, 드디어 축하 잔칫날이 왔습니다. 온갖 보석들로 만들어진 샹들리에가 반짝였습니다. 싱싱한 꽃과 봄바람처럼 은은하고 보들보들한 비단으로 감싼 오로라 공주는 최고급 요람 속에서 새록새록 잠들어 있었습니다. 왕과 왕비가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한 바퀴를 걸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자 성스러운 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손님들이 입장해서 오로라 공주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시녀들도 최고의 옷을 차려 입고 정중한 춤을 추었습니다.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축복을 줄 요정들이 하나하나 등장했습니다. 요정들은 하나씩 나서서 정중하게 인사하고 오로라 공주를 향해 이 세상의 다양한 축복을 선사하는 춤을 추었습니다. “오로라 공주님은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아리땁고 예쁘게 성장할 것입니다. 소녀가 되었을 땐, 이 나라 어디를 둘러보아도 공주님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미의 요정이 가장 먼저 축복을 내리고 솔로를 추었습니다. 어느새 잠이 깬 오로라 공주는 촉촉한 눈을 깜빡이며 벌써 뭘 안다는 듯이 요정들을 쳐다보았습니다. “오로라 공주님은 누구보다도 예의가 바르고 의젓하며 온화한 성품을 가질 것이며, 지금까지 이 나라의 최고 무희들보다도 더 우아하고 격식있는 춤을 출 것입니다.” 우아의 요정이 나서서 축복을 주었습니다. 오로라 공주는 생글생글 귀여운 미소로 화답하였습니다. “오로라 공주님은 누구보다도 평온하며 행복한 공주님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행운과 즐거움은 모두 공주님의 몫입니다.” 빵가루의 요정이 달차근한 향이 나는 자잘한 빵가루를 솔솔 뿌리며 축복을 내렸습니다. 빵가루를 뿌리면 아기에게 행운이 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로라 공주님은 어떤 산새보다도 더 곱고 투명하며 청아한 목소리로 고운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어떤 뮤즈라 할지라도 공주님보다 음악을 솜씨 있게 선보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카나리아 요정이 노란 깃털과 함께 발랄하게 다가와서 축복하였습니다. 오로라의 장밋빛 입술에서는 정말 금방이라도 노랫가락이 나올 듯했습니다. “오로라 공주님은 씩씩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공주님답게 품위가 있고 당당한 면모를 보여 주어 누구라도 공주님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격렬의 요정이 야무진 목소리로 축복을 주었습니다. 모두 이에 기뻐했습니다. 모두는 요정들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크게 칭찬을 하며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요정들의 여왕인 라일락 요정이 은은하고 엷은 보랏빛의 옷을 입고 유유히 등장했습니다. 다른 요정들이 라일락 요정의 근처에 가서 맞이했습니다. 나긋나긋하고 우아한 춤을 보이는 라일락 요정을 보고 모든 손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장차 나라를 다스릴 여왕님이 될 오로라에게 걸맞은 춤이었습니다. 라일락 요정이 오로라 공주에게 축복을 주려 할 때, 어디선가 갑자기 우렁찬 천둥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위는 갑자기 어둑해지고 불길한 소음과 함께 시퍼런 번갯불이 침범했습니다.
“아니,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갑자기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이냐.” “큰일났습니다. 폐하, 밖에 카라보스 요정이 도착했습니다!” 왕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예부 대신은 당황해서 슬금슬금 피했습니다. 귀부인들은 동요하여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안절부절못하고 떨었습니다. 그 카라보스 요정은 심술궂고 성품이 고르지 못하며 무서운 저주를 일삼아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요정 카라보스는 시커먼 큰 쥐가 이끄는 마차에서 내렸습니다. 중간의 계단을 가로질러 내려온 다음, 날카롭고 매서운 눈초리로 주위를 찌를 듯이 쳐다보았습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전부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있었습니다. 카라보스는 왕의 발 앞으로 다가가서 큰 지팡이로 땅을 쾅 소리 나게 내리쳤습니다. “이런 경사스러운 날, 나를 어째서 초대하지 않았소?” “예부 대신이 초대한 줄 알았는데…. 분명 난 모든 요정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초대하라고 했다만….” 왕은 급한 나머지 예부 대신을 손으로 가리키며 핑계를 댔습니다.
카라보스는 섬뜩한 미소를 띠며 예부 대신 앞으로 가서 초청자 이름이 빽빽하게 적힌 명부를 가로챘습니다. 명부를 샅샅이 뒤지고도 자신의 이름이 빠졌다는 것을 안 카라보스는 분노에 가득 차서 칸타르뷔트를 맹렬하게 노려보았습니다. 예부 대신 칸타르뷔트는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마음이 풀린다면 카라보스의 악명도 별 것이 아닐 것입니다. 카라보스는 기어이 앙갚음을 했습니다. 길게 기른 손톱으로 칸타르뷔트의 가발을 사정없이 벗겨서 내던졌습니다. 시녀 두 명이 급하게 달려와 예부 대신 칸타르뷔트를 부축했습니다. 물론 카라보스는 그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오로라 공주의 요람 쪽으로 서서히 걸어갔습니다. 위기를 느낀 여섯 명의 요정이 그보다 더 빨리 오로라 공주를 에워싸고 필사적으로 보호했습니다. “흠, 내가 여기까지 왔으니 덕담 한 마디를 해야겠군. 당신의 딸 오로라는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녀가 될 것이오. 님프보다 아름답고 여신보다 위엄이 있게 되겠지. 그리하여 백성들은 이 공주를 숭배할 것이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방불케 할 미모와 헤르메스 신의 영리함과 재기를 갖출 것이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명성은 더해져, 누구라도 오로라 공주를 보면 반할 것이오.” 왕과 왕비는 한 조각 희망을 가지고 다시 위엄있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어쩌면 카라보스 요정이 소문처럼 그렇게 악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은 것입니다. 생각보다 친절할지도 모른다는 달콤한 생각에 사로잡혀 잠시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 때에 카라보스가 여러 의미가 내포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틀림없이 오로라 공주는 하루가 다르게 아름답게 성장할 것이오. 열 여섯 살이 될 때면 여러 강대국의 훌륭한 왕자들이 앞다투어 청혼하려고 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공주가 되어 있겠지. 그렇지만, 그게 내가 당신들에게 주는 호의의 끝이오. 열 여섯이 되는 생일날 오로라 공주는 뾰족한 것에 찔려서 영원히 죽을 것이오. 아주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잠을. 멋진 선물이지 않소?” 왕과 왕비는 혼비백산해서 그것만은 안 된다고 사정했으나 카라보스는 가차없었습니다. 이제 숫제 요람 쪽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 때에 요람 옆에 있던 라일락 요정이 카라보스를 제지했습니다. 그리고 시녀들을 시켜 카라보스를 삿대질하며 끌고 나가라고 명령했습니다. 그에 카라보스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칙칙했던 궁전은 다시 밝아졌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요행이도 아직 오로라 공주님께 축복을 안 드리지 않았습니까?” 라일락 요정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하자, 모든 사람이 희망에 찬 표정으로 라일락 요정만을 주시했습니다. 라일락 요정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천천히 호흡하며 말했습니다. “전 저주를 완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오로라 공주님은 죽지 않습니다. 다만, 오래오래 편하게 잠들 뿐입니다. 다시 깨어나셨을 때 쓸쓸하지 않도록 궁전 안의 다른 사람들도 전부 고요히 잠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용기 있는 왕자가 나타나 공주에게 키스하면, 오로라 공주는 잠에서 깨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 날이 올 때까지 공주님을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이것이 저의 선물입니다.” 라일락 요정의 말에 왕과 왕비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렇지만, 노파심에 온 나라의 모든 국민들에게 실을 짜는 일을 하거나 뾰족한 것을 사용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만일 그 법을 어길 시엔 누구를 불문하고 처형에 처하겠다는 사설까지 붙여서 말입니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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